서해문화포럼

[기고/엄승용]4대강 문화재 보호 기본에 충실해야

♧문화재 지킴이 2009. 8. 3. 18:34

 

 

[기고/엄승용]4대강 문화재 보호 기본에 충실해야


 


지난 주말 스페인에서 날아온 조선 왕릉의 세계유산 등재 소식에 기뻤다. 그러나 모든 국민에게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 세계유산 신청을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던 2007년 9월경 조선 왕릉이 소재한 지방자치단체 간부들과 회의를 하던 중 나는 몇 명의 참석자가 세계유산 신청에 반대해 난감했던 적이 있었다. 그분들은 세계유산 등재로 왕릉 주변 지역의 규제가 더욱 강화될지 모른다는 주민들의 우려를 대변하고 있었다.

주민들의 인식이 오해에서 비롯되긴 했어도 문화재의 두 얼굴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문화재가 영광과 자부심을 주기도 하지만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하거나 개발 사업을 지연시킬 수 있다. 이를 문화재 보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라고 부를 수 있다. 문화재 행정의 가장 큰 관건은 문화재를 보존하면서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줄이는 일이다. 문화재 보존에 불가피한 규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절차를 좀 더 합리적으로 바꾸면 상당 부분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취지에서 정부는 문화재 보존에 관한 제도를 다각적인 측면에서 개선하려고 노력했고 이를 4대 강 유역의 문화재 보존에 적용하고 있다.

절차는 문화재 보존에 중요한 요소이다. 절차 중에서 행정관청의 문서처리 과정은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적으로 줄여 나가고 있다. 문제는 문화재 보존에 본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화재 조사이다. 문화재보호법은 개발 사업으로 인해 지하의 유구가 훼손되지 않도록 개발 계획을 수립할 때 대상지역 땅속에 유물이 존재할 가능성을 판단하는 지표조사를 거치도록 규정했다. 지표조사의 결과에 따라 유물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면 일부 또는 전체의 땅을 파서 지하에 유구가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시굴조사나 발굴조사에 들어간다. 지금까지는 계획을 수립한 후 문화재 조사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유구가 발견되는 경우 설계 변경 등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했다.

정부는 4대 강 유역의 문화재는 철저히 보호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문화재 조사 절차를 합리적으로 적용했다. 지표조사를 미리 실시하여 결과를 기본계획 수립과정에 반영해 문화재가 집중 매장됐다고 추정되는 지역은 가급적 지하 유구를 훼손하지 않도록 토지용도를 정했다. 물론 지표조사는 4대 강 전체의 강가에서 500m 구간에 걸쳐 실시했다. 다음 단계인 시굴조사는 실제로 공사가 이뤄질 구간에 한해 추진한다. 지하에 매장된 문화재는 그대로 보존하는 일이 문화재보호법상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단지, 강줄기의 수중조사는 육상의 지표조사와 분리하여 추진한다. 육상의 지표조사는 220명의 전문 인력이 대거 참여할 수 있어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전체 구간을 대상으로 추진할 수 있었지만 수중조사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적다는 점을 감안하여 공사 구간이 정해진 후 추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절차는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비용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4대 강 살리기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개발현장에도 적용할 것이다. 문화재 보존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은 최근 행정중심복합도시와 같은 대규모 지역개발사업이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발상의 전환과 검증된 성과의 제도화만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나는 문화재의 보존과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감소가 상호 배척된다고 보지 않는다. 일본의 요시노가리와 스페인의 톨레도와 같이 보존과 개발의 조화로 관광수입을 창출하여 사회적 비용을 충당하는 사례를 얼마든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4대 강 살리기 사업 과정에서 문화재는 잘 보존될 것이다. 4대 강 살리기 사업이 완성된 후에는 범람으로 인한 지하의 문화층 교란이 없어지고 무단 경작과 난개발로부터도 유적을 잘 보호할 것이다.

엄승용 문화재청 문화재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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