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석 박사를 아시나요?

[스크랩] 난중일기32일[조선일보3]

♧문화재 지킴이 2009. 6. 20. 15:04

영웅보다 인간적 모습 잘 드러나 전문가들
"너무나 개인적이고 민감한 기록… 놀랍다"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이번에 새로 밝혀진 '난중일기(亂中日記)' 32일치의 내용들은 지금까지 전해지던 초고본(草稿本)과 목판본('이충무공전서')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들을 담고 있다. 자신의 솔직한 술회를 그대로 담은 이 내용들이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것에 대해 노승석 순천향대 대우교수는"충무공 사후의 편찬자들이 '너무나 개인적이고 민감한 기록'이어서 후세에 전하기에 부적절하다고 여겨 의도적으로 삭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왜 기존 '난중일기'에서 볼 수 없었나

국보 제76호인 '난중일기'는 이순신 장군의 친필 초고본이다. 임진년(1592)부터 무술년(1598)까지 7년 동안의 일기가 담겨 있는데, 유독 을미년(1595) 일기의 초고본만은 전하지 않는다. 현재 '난중일기' 책에서 볼 수 있는 을미년 일기는 1795년(정조 19년)에 왕명으로 간행된 목판본 '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에 수록된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옮겨 적는 과정에서 글의 내용이 많이 누락되거나 수정됐다.

이번에 발견된 자료를 수록하고 있는 현충사 소장 '충무공유사(忠武公遺事)'는 '이충무공전서'보다 100년 정도 앞선 17세기 말의 기록이다. 그래서 '충무공유사'의 여섯 번째 부분인 '일기초(日記抄)'에 을미일기의 일부를 뽑아 필사하는 과정에서 원래 을미일기의 초고본에는 실렸지만 훗날 '이충무공전서' 편찬 때는 누락된 내용이 기록될 수 있었던 것이다. 새로 발굴된 일기 32일치 중 29일치가 을미년의 내용인 것은 이 때문이다. 나머지 사흘치는 현존 초고본에서도 빠진 부분이다.

'충무공유사'는 '난중일기' 초고본과 함께 덕수 이씨 종가에 별책 부록처럼 전해 내려오던 것으로 현재 현충사 유물관에 소장돼 있다. 그러나 그 가치에 대해 주목 받지는 못했고, 책 앞부분 '재조번방지초(再造藩邦志抄)'라는 글의 제목이 책 전체의 표제인 것처럼 잘못 알려졌다. 박혜일 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등이 지난 2000년 '충무공유사' 중 '일기초'의 원문과 내용 일부를 소개하고 "'난중일기'에서 빠진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모든 내용이 드러난 것은 아니었다.
▲ ‘난중일기’의 새로운 내용이 들어 있는 ‘충무공유사’(재조번방지초)의‘일기초’부분. /유석재 기자


◆"영웅이 아닌 인간적인 면모 보였다"

이번에 밝혀진 일기에서 충무공은 꿈에서 생시와 다름없이 나타난 선친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애통해 했던 심정을 토로하고, 전란 중에 아들의 혼례를 치르는 착잡한 마음을 글로 남겼다. 상급자인 권율(權慄)과의 갈등과 경쟁자였던 원균(元均)에 대한 혐오감, 순천부사 권준과 같은 부하들에 대한 불만, 전쟁 통에 서울에 있던 첩들을 관공서로 데리고 오는 관원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숨김없이 기록했다.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구국의 영웅'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평가 속에 가려진 인간적인 면모가 잘 드러난 자료"라고 평가했다. "당시 조선군 내의 권력과 지휘체계, 정치적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민감한 부분들이 많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충무공유사'의 번역작업을 추진했던 유홍준 문화재청장(명지대 교수)은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기록 문화재라면 일거수일투족이 역사적 자료인데도 읽어볼 수 없어 안타까웠고, 번역 결과 실제로 알려지지 않았던 중요한 부분들이 들어 있어 놀라웠다"고 말했다.


◆충무공유사

'재조번방지초(再造藩邦志抄)'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던 책이지만, 겉 표지 뒷면에 '충무공유사'라는 원래 제목이 남아 있다. 책 앞부분에 실린 내용이 1693년 간행된 '재조번방지'에서 뽑아 쓴 내용이기 때문에 그 직후에 필사된 것으로 보인다. 1967년 '난중일기' 초고본과 함께 도난당했다가 되찾은 이듬해 영인본을 발행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재조번방지초'라는 표제를 직접 썼다. '난중일기'의 내용을 뽑아 쓴 '일기초(日記抄)'는 이 책의 23~60쪽에 수록돼 있다. 모두 325일치의 일기를 담고 있으며, 초고본 중 마모돼 확인 불가능하거나 빠져 있는 글자가 보존된 경우가 많다. 61~74쪽에 수록된 전쟁 참가 장졸(將卒)의 명단 역시 귀중한 자료다

출처 : 노승석의 난중일기
글쓴이 : 峨嵋山人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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