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문화재 지킴이 활동

[스크랩] 훔쳐 온 문화재는 어디로 갔나?

♧문화재 지킴이 2009. 6. 3. 17:11

얼마전 일본의 절에 보관중이던 고려 불화 한 점이 우리 나라 사람에 의하여 절취되었고, 그 절취범은 국내에 판매를 하였다고 경찰에서 진술하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사건의 처리에 있어 국내에서 판매하여 소장하고 있다는 경북 모 암자 주지의 완강한 부인으로 말미암아 결국은 사건을 종결하고야 말았습니다.

 

 그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본의 어느 사찰에 있던 고려불화가 도난을 당했고, 그 도난 물품은 우리 나라에서 도난 물품의 거래를 추진하다 덜미가 잡혀서 무속인과 몇 명이 구속되었습니다.  그리고 도난된 물건중 고려불화가 대구의 어느 암자에 있다는 것이 밝혀지며 원 소유자였던 일본의 사찰에서는 강력하게 반환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것은 절취했던 무속인은 절취 동기가 애국심이라는 엉뚱한 이유를 내세웠으며 일본의 사찰에서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금 이 고려불화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구지역 모 암자의 주지는 처음에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가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애국심에 의한 절취라는 범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다소간의 문제가 있는데...그렇다면 진정 애국심으로 남의 나라에까지 가서 절취해 온 물건은 당연히 문화재청이나 관련기관에 신고를 해야함에도 암거래로 판매를 하려다 구속이 된것은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이유야 어떠하든 남이 소장하고 있는 물건을 가져간 것은 분명 범죄행위에 해당이 된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라 할것입니다.

 

  고려불화는 우리 나라보다 일본에 더 많이 있는데 그 이유는 임진왜란 당시의 약탈과 일제 강점기하에서의 수탈...그리고 그 외에는 비공식 루트를 통한 일본으로의 유출에 의한 결과라고 보여지는데 그만큼 고려 불화는 불화로써의 가치가 높다는 점이겠습니다. 문제가 되는 고려불화는 원래 일본의 효고(兵庫)현의 카쿠린지(鶴林寺)에 보관되어 있던 아미타삼존도로 1477년 일본으로 건너갔으며(이 시기는 임진왜란 이전으로 약탈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카쿠린지는 589년에 일본으로 건너와 순교한 한반도의 스님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절이라는 것입니다.

 

  카쿠린지 주지는 대리인을 통해 "목숨을 걸고" 아미타 삼존상을 찾아오라는 특명을 내렸는데 그 이유는 선대로부터 가보처럼 물려받아 내려온 물건을 자기대에서 잃어버린 것은 불명예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되찾아 가는 조건으로 우리 나라의 법률상 현재 보관중인 암자가 선의의 취득에 의한것이라면 취득 당시의 금액을 주고라도 찾아가겠다는 것이니 결국은 원래의 임자임에도 금전적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반드시 되찾아 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할 것입니다. 저도 신문에 난 사진을 통해서 보았지만 훔쳐온 '아미타삼존도'는 우리 나라에 있던 그림이라면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이 될만큼 충분히 훌륭한 그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훔쳐온 이 그림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이 그림의 비중으로보아 돌려주기에는 무척 아까운 물건입니다. 그러니까 주무관청인 문화재청에서는 모르는척 하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만  매년 20여건씩 1000여건의 도난 사고가 발생을 했지만 정작 되찾은 문화재는 아주 소수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도난당한 문화재는 몰래 해외로 빠져나가 해외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되기도 하는것입니다. 정부에서는 국제 공항마다 문화재감정관을 파견하여 반출 문화재에 대한 감정을 통해 우리 문화재의 해외 반출을 막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출국자의 짐을 일일히 확인하지 않는다면 밝힐수 없는 일이며 그나마 적발되는 경우라는 것도 실은 겨우 제보에 의하여 반출 직전에 수거하는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몇 년전 중국의 고구려 고분에 있는 벽화가 송두리째 없어져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중국 당국에서는 절도범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었었지만, 도난 사실이 밝혀질 때쯤 그 벽화는 우리 나라에 있다는 소문이 있었고 사실 알음알음으로 알아본 바로는 벽화가 우리 나라에 들어와 있는것은 거의 기정 사실인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외에서 이런 저런 사유로 우리 나라에 반입되는 문화재에 대해서는 소관부서인 문화재청이나 문화관광부쪽에서는 일절 언급을 하지 않습니다.  만약, 언급이라도 하게 되면 이는 국가 차원에서의 문제로 비화 될 소지가 다분하고 또 훔쳐왔건 아니건 그 문화재가 국내에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팔이 안으로 굽듯 묵인해 주는 입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입니다.

 

 이번 아미타삼존도에 관해서도 문화재청에서는 일체 함구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몇 안되는 고려불화가 그나마 우리 나라에 남은 고려 불화인것을 감안하면 훔쳐온 불화 1점이 주는 문화재적 가치는 엄청나기 때문인데 훔쳐왔든 어쨋든 물건은 국내에 있으니 언젠가는 공개가 되리라는 판단이 앞서서일 것입니다.  언젠가는 소더비에 고려시대의 '수월관음도'가 경매에 붙여진 경우가 있었습니다. 외국인을 중계인으로 국내의 모 재벌이 사들인것으로 알고 있으나 명목상으로는 외국인이 낙찰받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결국은 한동안 떠들썩했던 소더비 경매의 '수월관음도'도 원래는 우리 나라에 있던것이 몰래 국외로 반출되어 거래가 된것이니 그만큼 문화재의 국외 반출에 커다란 구멍이 있음을 말한다고 하겠습니다.

 

  이번 '아미타삼존도'의 처리는 어떻게 될까요? 보관중이라는 대구의 사찰에서는 막말로 오리발입니다. 어디 숨겨두고 없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국내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검찰에서는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서라도 샅샅이 뒤져서 찾아내겠지만 이번 사건 같은 경우는 경찰이나 검찰 모두가 바쁠것이 없는 일인 것입니다. 글쎄요...이런것이 애국인지는 모르겠지만 훔쳐온 물건을 제대로 찾아주지 않는다는것은 그 물건이 아무리 우리 나라에서 건너간 것이고 귀한 것이라고 해도 사법기관의 직무유기에 해당된다고 할것입니다.

 

 이 문화재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문화재로 지정을 하게 되면 절대 우리 나라 땅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문화재보호법 제 21조에는 수출등 해외 반출에 대한 금지조항을 두어 국가에서 실시하는 반출 이외의 대부분의 경우는 해외 반출이 어렵게 되어 있으며 더군다나 판매를 목적으로 해외로 반출하는 것은 엄하게 다스리니 이 훔쳐온 '아미타삼존도'를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을 해 버리면 일본의 카쿠린지측에서 수 억만금을 주고 되산다해도 일본으로 가져갈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으로는 문화재청에서 이 물건을 절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을 하지 않을것이라는 점 입니다. 우선지정을 한다는 것은 오리발 내미는 대구의 암자와는 달리 공식적으로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며 이로 인한 국제간의 분쟁이 야기될 수 있다는점입니다.  우리 나라는 1972년에 제정된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에 가입을 했기에 이 협약 제 5조의에 명시된 사항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며 아마도 문화재청에서는 '아미타삼존도'가 국내에 들어와 있고 언젠가는 공개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것이며 다만 이 일로 인하여  문화재청으로 불똥이 튀는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국가간에 있어서의 절취라는 범법행위로 인한 문화재의 절도 행위는 매우 민감한 사안인것 같습니다. 돌려주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개입하자니 불똥이 튈까 두렵고.....그 고충은 이해하겠지만 남의 나라에 있는 물건을 훔쳐오는 일이 결코 정당화 되지 못함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여간, 이번 '아미타삼존도'는 수사가 종결되고 말았습니다. 훔치고 그 죄를 받는 죄인은 분명 일본으로부터 훔쳐왔음을 시인했음에도 검찰에서는 '아미타삼존도'가 국내에 없다는 결론을 내려 버렸으니 훔쳤다고 잡은 사람에게는 어떻게 죄를 물어야 할것인지가 궁금합니다. 이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古宅의 문짝이 하룻밤 사이에 통채로 사라져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함에도 그 수사는 미적지근 합니다. 문짝 하나야 대수라는 생각을 갖는지는 몰라도 그 문짝은 우리의 선조들이 가꾸어 온 한옥에 붙어 있는 문짝으로 문짝 하나만으로의 가치 보다는 한옥과 어우러지는 문짝으로서의 가치가 엄연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짝은 엉뚱하게도 카페나 음식점의 장식물로 이용되기 위하여 훔쳐가고 있으니 결국은 이런 절취품을 아무런 의심도 없이 구매하는 카페나 음식점의 주인들도 공범이나 다름 없다 할것입니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우리 문화재에 대하여 생각한다면 차라리 유사한 문짝을 새로 제작을 하겠지만 분명 훔쳐 왔을 것임을 알면서 구매를 한다는 것은 그나마 몇 안되는 우리 문화재를 송두리째 없애는데 앞장서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출처 : 수수께끼의 낡은 보물창고
글쓴이 : 가시나무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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