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승용]고도(古都)와 사회자본 | ||||
[수요광장]엄승용 문화재청 문화재정책국장 | ||||
[대전=중도일보] 역사적으로 정치의 중심지였던 고도(古都)에는 많은 문화재들이 밀집되어 있다. 그러나 근대 이후 도시화 과정에서 역사적 경관과 도시구조의 상당부분이 훼손됨으로써 현재 남아있는 문화유산들의 상호 연계성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옛길이나 옛 물길의 흔적을 찾아 복원할 수만 있다면 파편(破片)처럼 흩어졌던 이들 유적과 건축물들을 서로 이어서 도시 전체의 역사적 의미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고도에 있는 문화유산의 가치는 도시 전체의 보존을 통해 살아나는 이유다.
그러나 문화유산 보존에는 개인의 희생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희생이 집단적 불만으로 표출되면 사회적 비용으로 발전되는데,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잘 처리하는 공동체의 특징을 사회자본(social capital)으로 설명하는 학자들이 있다. 하버드대학교의 푸트남(Putnam) 교수는 가난에 찌든 남부 이탈리아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북부 이탈리아 두 사회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믿고 협력하며, 규범의식이 강하고 정부를 신뢰하는 북부가 사회자본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도시개발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사회자본을 자주 원용하는 것은 미래의 불명확한 목표를 향해 공동체가 스스로 다가가도록 이끄는 무형의 자산이 금전적, 물질적 자원보다 효과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고도보존특별법을 제정하여 경주, 익산과 함께 공주와 부여를 고도로 지정하였다. 일본이 60년대 중반 법을 제정하여 10개의 고도를 지정했던 것에 비교해보면 뒤늦은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 고도보존특별법의 도입 과정에서 국제적인 추세에 부응하여 역사도시를 본격적으로 보존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도 희박하였다. 문화재로 인한 경주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입법동기가 컸다고 한다. 그나마 입법 과정에서 대규모의 정부예산 지출을 우려한 관계 부처의 반대로 주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근거가 누락된 채 법안이 통과되었다. 그 결과 규제로 개인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주민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갖게 되었고, 주민들의 반대로 고도보존 기본계획 수립이 지연되었다. 물론 주민들이 금전적인 보상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납득할만한 비전과 추진방안이 제시되기를 요구해왔다. 다른 고도지역과 달리 부여와 공주는 고도보존 기본계획을 조기에 수립하였다. 이들 기본계획에는 이들 지방도시에 가장 적합한 도시재생 비전과 구체적 방안이 들어있다. 최근 문화재청은 주민지원에 관한 조항을 대폭 보완하여 고도보존특별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주민들과 지방정부의 단호한 의지가 필요하다. 고도에 가장 적합한 지역발전 전략이 도시재생을 통한 고도로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고, 이에 필요한 모든 해법이 고도보존계획에 포함되어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단계다. 고도 육성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자원을 집중 투입해야 하는데 이러한 결단에는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중앙정부를 비판하고 성과를 내놓으라고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함께 제도보완과 정책지원을 위해 협력하고,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세워야 한다. 일정 지역을 특별보존지구로 지정하여 당사자들끼리 협력하면서 세계적인 역사도시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추구하는데 우선 사회자본이 필요하다. 사회자본은 지방정부와 주민들의 신뢰 구축과 협력을 통해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고, 사용할수록 강화되는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사회자본은 학자의 머리 속에 있는 개념이 아니라 고도 보존을 통한 지방도시 활성화의 실재하는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스페인의 톨레도와 일본의 교토와 같은 고도를 얻어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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